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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록

영화 <모가디슈> : 남북 외교관들의 도시 탈출 실화

 

 

  • 영화 제목 : 모가디슈
  • 개봉 : 2021.07.28
  • 감독 : 류승완
  • 출연 :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外
  • 등급 : 15세 관람가
  • 장르 : 액션, 드라마
  • 국가 : 한국

 

본 포스팅은 영화 절반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소말리아 내전 배경의 실화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인 모가디슈에서 실제 벌어진 일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2006년 발간된 강신성 대사의 소설 '탈출'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탈출'은 1991년 소말리아 한국 대사로 근무했던 강신성 대사 일행이 내전으로 고립된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 북한 측 대사와 가족, 직원들과 함께한 15일간의 경험담을 쓴 작품이다. 강신성 대사는 영화 속 주인공인 '한신성'(김윤석)의 모티브가 된 인물로, 대한민국이 1987년 소말리아와 공식 수교 이후 모가디슈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소말리아 내전으로 인해 1991년 비공식적으로 폐쇄한 뒤, 1992년 7월 31일 공식적으로 폐쇄될 때까지 근무한 초대이자 마지막 주, 소말리아 대한민국 대사이다. 소말리아는 1960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소말릴란드'와 같은 해 이탈리아의 식민지였던 '소말리아'가 독립하여 합병한 나라이다. 1969년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장군은 소말리아 초대 대통령 '셰르마르케'를 암살하고 쿠데타로 집권했다. 바레 대통령은 자기 부족과 자신에게 우호적인 몇몇 부족들 위주로 권력을 나눠주는 씨족 정책을 펼치며 22년간 장기 독재 집권했다. 분쟁의 서막은 집권 동안 정치에서 배제된 부족들이 불만을 품게 되고 1991년 '소말리아연합회의'를 결성하여 쿠데타를 감행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같은 해 바레 정권을 쿠데타로 몰아내는 데 성공하지만, 끊임없는 갈등으로 인해 소말리아는 현재까지도 무장 군벌들이 국가권력을 둘러싸고 내전 중인 나라이다. 이런 이유로 소말리아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되어있다. 영화의 실제 촬영지는 아프리카 모로코의 서부 도시 '에사우이라'라는 곳에서 진행했는데, 류승완 감독은 '에사우이라'가 현지 촬영이 가능한 곳 중 제일 소말리아 지역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한다.

 

2. 적국에서 생존 동지로

1980년대까지 대한민국은 UN 가입을 승인받지 못한 국가였다. 당시 가장 많은 UN 투표권을 가진 아프리카 대륙은 한국 외교 총력전의 주요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에 한국 정부는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외교관들을 파견한다. 1991년 모가디슈의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한신성'(김윤석) 대사는 UN 가입을 성사시키겠다는 다짐으로, 한국에 있던 안기부 출신 '강대진'(조인성) 참사관을 불러들인다. 소말리아 바레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 당일 강대진은 대통령에게 드릴 선물과 함께 모가디슈 국제공항에 입국한다. 도착한 강대진이 공항 앞에서 한신성 대사를 목 빠지게 기다리던 찰나 '공수철'(정만식) 서기관과 함께 도착한다. 한신성은 늦어진 일정으로 인해 강대진에게 선물만 건네받고 공항을 빠져나와 바레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로 향한다. 들뜬 마음으로 가던 도중 갑자기 강도들이 들이닥쳐 타고 있던 차와 선물을 뺏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운전사 '솨마'(앤드류 나간가 키마니)는 다치게 되고, 이동수단이 없어진 이들은 결국 대통령 궁까지 직접 뛰어간다. 궁에 도착한 한신성 대사와 공수철은 서둘러 들어가 보지만 이미 늦었다. 대통령께서 다음 일정에 가야 한다는 이유와 함께 3달간 공들여 잡은 면담 일정이 취소되고 만다. 항의하고 있던 그들 앞에 소말리아 대통령과 함께 나오는 북한 측 '림용수'(허준호) 대사와 '태준기'(구교환) 참사관을 목격한다. 알고 보니 길가에서 들이닥친 강도들은 태준기 참사관이 강도 '핫산'(알렉스 키누)에게 돈과 식량을 조건으로 지시한 북한 측의 공작질이었다. 이에 맞설 작전으로 강대진은 북한이 소말리아 반군과 무기 거래했다는 내용의 사진 기사를 내보내 소말리아 대통령에게 UN 가입 연설 약속을 받아내려 계획한다. 소말리아 외무부 장관과 만난 한신성은 이러한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부패할 대로 부패해버린 당시 소말리아 정부 공직자들은 오히려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한다.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한신성과 강대진 앞에 소말리아 외무부 장관과 인사하고 오는 북한 측 림용수 대사와 태준기 참사관을 마주친다. 북한 측과 페어플레이하자며 말다툼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고 반동 폭군 기습 시위가 시작된다. 평상시와 같이 잠잠해지리라 생각했던 사태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져 갔다. 시위대는 세력을 점점 키워가며 현 정부에 협력하는 외국 정부나 기관을 적으로 간주하겠다 선포한다. 이에 남북 대사관 모두 시위대의 공격을 받고 고립되어 버린다. 모든 연락망과 통신 수단이 두절 돼버린 상황에서 강대진은 무장 병력이라도 갖추기 위해 무작정 소말리아 경찰서로 향해 뇌물을 빌미로 병력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한편 북한 대사관은 반군 세력들로부터 모든 금품과 식량을 강탈당하고, 생존을 위해 대사관을 벗어나 피신한다. 하지만 한밤중 반군들을 피해 이동하기란 어려울 터, 갈 곳도 숨을 곳도 찾지 못한 그들은 결국 남측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대한민국 대사관 앞에 찾아온 북측 대사와 직원들, 가족들은 자신들을 받아달라며 사정하지만, 그동안 당한 게 많았던 한신성과 강대진은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오랜 실랑이 끝에 생존이 달린 문제인 만큼 받아주기로 한다. 이렇게 한 지붕 아래서 고립된 신세인 남과 북 사람들이 과연 아비규환 속에서 무사 귀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3.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집합체

막강한 출연진 라인업답게 단연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베를린>, <베테랑>으로 유명한 류승완 감독이 맡은 만큼 적절한 유머와 아슬아슬하게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좋았다. 영화 중반에 대문과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남북 사람들이 저울질하며 실랑이를 벌일 땐 혹시 북측에서 이상한 짓을 하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보기도 했다. 실제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이기에 관람 내내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하게 되는 깊이 있는 영화인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안타까움이 많이 느껴지는 대목이니 영화를 통해서 꼭 직접 보길 추천한다. 또한 현재도 내전 중인 많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에 유감을 느끼며 한국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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